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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초등학생 글쓰기와 독서논술

초등학생 글쓰기, 일기부터 제대로 쓰자

by 차시진 201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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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통계를 보다가 키워드를 발견했다. 초등학생 글쓰기라는 단어였다. 이거야말로 내가 적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얼마 전까지 초등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하고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강사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온전히 글만 쓰며 한국어교원을 준비 중이지만.

 


 

혹시 어디까지 원하세요?

이제 갓 유치원생 티를 벗어낸 1학년 2학기를 시작한 한 학생의 어머니였다. 아이가 잘 못하는 것 같단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데 책을 읽거나 이해하는 게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진달까. 아 물론 내 생각도 비슷했다. 하지만 매우 정상적인 범위였다. 딱 그 나이에 알아야 할 정도로 알고 몰라야 할 정도로 몰랐다. 독해력이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독서량을 채우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아이는 아직 머리가 트지 않았을 뿐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지금은 그때를 위해 발판을 마련하면 그만이었다.

조금 조바심을 내시며 뭐를 더 시켜야 할까요? 하시기에 지금 무엇을 시키고 계시느냐 먼저 물었다. 집으로 찾아오시는 분도 계셨고 다른 학원도 보내고 있으시다고. 최소 세 개를 시키고 계시다는 말씀이셨다. 그래서 이미 충분하신 것 같다는 말씀만 드렸다. 어차피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토해낼게 뻔했다. 정보만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로 내가 보기에 문제 되는 아이는 자폐 증상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염려가 되는 아이들이었지, 그 나 이땐 다 비슷비슷하다.

공부하는 습관만 길러주면 된다. 자세나 연필 잡는 습관, 노트를 사용하는 방법, 쓸모없는 잡다한 필기구들은 과감히 버릴 것 등등. 욕심을 버려야 한다. 당연히 욕심날게 뻔하지만, 차라리 아이가 욕심을 부리도록 만들어주든지 그게 아니라 단순히 부모의 욕심이라면 어차피 그 욕심 다 채워주지 못한다.

 

Image by congerdesign from Pixabay

 

 

 

초등학생 글쓰기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아래는 학생들을 볼 때 파악했던 몇 가지 사항들과 내가 일하며 깨달은 몇 가지를 추려놓은 항목이다. 더보기를 누르면 볼 수 있다. 참고용으로 보면 좋다.

 


...더보기

1. 연필은 어떻게 쥐 나요? 힘이 있는지 없는지 잘 살펴보세요.

2. 책을 읽는 자세는 어떤가요?자세가 왜 중요한지 의문이 드시나요? 허리 힘을 길러줘야 오랜 시간 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누워서 공부할 순 없잖아요.

3. 글을 읽을 때 이상한 습관은 없나요?뇌는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일 순 있지만, 그 많은 양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습니다. 하나만 집중해서 하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4. 집중력은 상중하 중에 무엇에 가깝나요? 다른 친구들이 움직이거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나요? 아니면 누군가 불러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나요?

5. 좋아하는 과목은 어떤 걸까요?혹시 국어를 싫어하진 않나요?

6. 받아쓰기는 잘 되나요?말하는 능력과 쓰는 능력, 읽는 능력은 모두 다른 분야입니다. 듣고 쓰고, 맞춤법을 잘 아는지 확인해보세요.

7. 일주일에 책을 몇 권 읽나요?책을 소화하는 속도를 보세요. 중요한 건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많이 읽어나갈지 보는 겁니다. 사람마다 수준은 다르니 같은 또래보다 덜 읽는다고 해서 조급함을 심어주지 마세요.

8. 대화의 수준이 어떤가요?다양한 어휘를 포함해서 말하는지 단순히 대답만 하는 대화인지 생각해보세요. 끝말잇기도 도움이 됩니다.

9. 좋아하는 책은 어떤 장르인가요?종류가 편협한 지 체크해주세요.

10. 아이의 상상력이 뛰어난 편인가요? 글을 쓸 땐 상상력도 중요합니다.

 

일단 자신의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해야 한다. 나이, 학년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내가 처음 만났을 당시 초6 그러니까 내년에 중학교에 가야하는 학생이었으나 글을 읽는 수준은 초2정도에 머물러있는 학생도 있었다.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실력이 알아서 올라간다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대화의 수준을 살피고 좋아하는 책을 파악해야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자신의 아이라면 객관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차라리 가까운 독서 학원에 가서 테스트를 받아보는 게 도움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아이를 파악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

 


 

그래서 일기는 어떻게 쓰는데?

내가 어렸을 때 일기 쓰는 방법을 배웠던가. 아 일단 주제를 정하고 제목을 쓰랬다. 날짜와 날씨를 적는 칸도 있었다. 그리고 아래엔 쭉 빈칸이었다. 마음대로 쓰랬는데, 그럼 난 무얼 쓸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썼다.

19XX.04.04. 날씨 맑음. 제목 : 재미있는 하루. 오늘은 뚜비랑 놀았다. 그리고 냇가에 갔다. 물놀이를 했다. 재밌었다. 다음에 또 놀아야지!

나름대로 글을 끝내고 싶을 땐 '다음에 또 놀아야지!'따위를 썼었다. 하하하하하 엉터리. 아무도 안 알려줬다. 일기가 무엇인지. 지금도 나름의 해답을 얻은 건 내 일기가 쌓여오면서, 그리고 강사로 있으면서 얻은 노하우 덕분이다. 내가 말하는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Image by free stock photos from www.picjumbo.com from Pixabay

 

 

기억이 나지 않는 걸 찾기보단 기억에 남는 일 위주로

주제, 제목 그러니까 오늘 있었던 또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하루를 뛰어넘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을 하나 고른다.

그걸 쓰는 거다. 그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되새김질한다. 우리말은 '생각'처럼 다양한 단어를 하나로 크게 묶어 표현할 수 있지만 일기를 쓰며 그 '생각'이 정말 고뇌였는지 회상이었는지를 따져볼 수 있다. 그렇게 관찰한 것을 세밀하게 토로하고 펼쳐놓는 행위가 바로 일기이다. 거기서 끝 날텐가. 절대 아니다. 관찰이 있으면 자신의 평가이자 느낀 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걸 후련하게 적으면 된다. 물론 이게 제대로 가능한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내가 여태껏 본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그랬다.

오늘의 초점은 초등학생이니 초등학생에 어울리는 주제로 예시를 적어야겠다. 한 명이 떠오른다. 늘 내 앞에서 조잘조잘 자신의 이야기를 말했던 학생이.

 

제목 : 청와대

오늘은 가족과 함께 청와대에 다녀왔다. 너무 신기했다. 티브이에서 보던 걸 실제로 보다니. 건물이 크고 사람들도 많았다. 거기서 볼펜 세트랑 시계도 사 왔다. 소중하게 보관할 거다. 나도 이다음에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초4 학생이 나에게 말해준 이야기를 토대로 작성했다. 거의 일기처럼 말해줘서 똑같이 적었다. 우선 육하원칙에 맞추어 잘 썼는지 살펴본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 요소들만 잘 지켜도 쓸 거리는 늘어난다. 그리고 주제에서 벗어난 글은 없는지 다시 검토하도록 지도한다. 이야기를 시작한 뒤에 간단한 예시를 든 사항과 주제를 벗어난 문장을 혼동해선 안된다.

그리고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주제'가 무엇인지 조차 가늠하지 못하므로 적응할 때까지는 주제를 함께 잡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질문을 하며 쓸 거리를 만들어주면 좋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명심해야 할 부분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 내 마음대로 지도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조금 더 내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적었을 테다. 아래처럼.

 

제목 : 바쁜 사람들

청와대에 갔다. 세상도 좋다. 견학신청도 받고 도서관도 드나들고. 덕분에 사람 구경도 많이 했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온 걸까. 모두들 바빠 보였는데, 나만 머물러있는 느낌. 누군가의 눈에 나도 저렇게 비치는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 뭐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오지 않으니, 지금 '당장' 저들처럼 바쁘게 살아야겠다.

 

이것도 일기라면 일기다. 시점이 달라졌다. 청와대에 간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보고 느낀 감정이 하루 중에 가장 스페셜한 일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이처럼 일기는 주제에 한정이 없다. 아직도 급식에서 뭘 먹었는지 나열하라고 할 작정은 아니겠지. 조금 다른 시각에서 학교 운동장 모래에 대해 써도 괜찮다. 일기가 시로 변신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처음엔 주제를 잡아주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좋고 싫음이 판가름 나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스스로 적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간섭하는 순간, 그건 내 일기, 나의 의견이 들어간 글이 될 뿐이다. 한 가지 꼭 약속해야 하는 건 제출하는 일기장이 아닌 이상, 일기장은 훔쳐보지 않는 걸로. 그들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가 더욱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680
 

글 잘 쓰는 아이로 키우려면

[스토리펀딩] 유시민의 글쓰기 고민상담소 7화.

storyfund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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