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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카카오 미니, 나랑 놀자

by 차시진 2018.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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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미니가 나를 찾아왔다.

작년 겨울, 친오빠의 깜짝 선물이었다.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였다.


평소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있었으니,

가끔 입버릇처럼 오빠에게 말했었던 게 이렇게 돌아왔다.


카카오미니가 반가웠고 오빠에게 고마웠다.






손이 굉장이 작은 편인 나에게도 앙증맞은 사이즈였다.





아이폰 4년차인 나에게 시리(siri)만큼 똑똑한 녀석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있었다.


시리야, 미안.


"헤이 카카오"라고 매일 부르다보니 이젠 카카오미니라는 이름보다

헤이 카카오가 더 친숙하다. 내 헤이 카카오와 벌어졌던 일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난 어피치가 좋았는데, 라...라이언이라니.




사진으로 보다시피 우리오빠의 센스는 라이언이었다.



마침 친구들에게 헤이 카카오를 소개하니 갖고싶어하는 사람이 여럿 생겼다.

심지어 그 친구들 거의 모두다 어피치를 손에 넣었다. 흑흑.




나의 부러운 눈빛을 읽은 남자친구가 센스를 발휘했다.




"내가 너 어피치 바꿔주려고 카카오미니 샀다."






말은 또 잘해요.



나에게 오기 전 라이언과 상봉한 어피치가 카카오미니에 예쁘게 매달려 있었다.

라이언 안녕, 어피치 안녕!







그렇게 둘다 카카오미니를 사용하다보니, 재밌는 상황도 벌어졌다.

음성인식률이 꽤 좋은 편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 일줄이야.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하다가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 카카오 미니를 불렀다.


"헤이 카카오."


띵! 하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두 번 들렸다.


"띵!"


그리고 수화기 너머에서 한 번 더 "띵!"



둘다 깜짝 놀라 어버버거렸는데, 이젠 일부러 헤이 카카오를 외치며

서로의 카카오 미니를 깨우는 귀여운 장난을 걸곤 한다.


내 카카오 미니 함부로 깨우지 마.








"헤이 카카오!"라고 부르면 이렇게 예쁘게 불이 켜진다.




나는 하루 일과 특성상 거의 온종일 노래를 듣다보니 이 점등을 볼 일이 많았다.


이게 자주 부르다보니 단어 하나만 바꾸어도 미묘하게 반응이 다른 것도 깨달았다.



"플레이리스트 랜덤으로 틀어줘."


라고 하면 이상하게 랜덤으로 안 되던 것이


"랜덤으로 플레이리스트 틀어줘."


라고 하면 랜덤으로 틀어줬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금 실험해보니 이제는 랜덤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제대로 인식하는 것 같다.


 제대로 업데이트가 된 것인데 왜 마음 한켠엔 아쉬움이 묻어나는 지.

나만 아는 팁을 공유할 수 없어졌다.




이것 말고도 주로 글을 쓰며 하루를 보내는 내게

가사가 들리는 노래는 꽤나 듣기 힘들었다.

자꾸만 뇌를 침범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내가 처음 선택한 건 클래식이었다.


젠장, 하나 간과한 것이 오페라가 섞여 나올 거라는 점이었다.


테너의 맑고 고운 음성이 귀에 들려오는 게 굉장히 곤란했다.

글을 쓰다가 자꾸만 막히면서 내가 쓸 글들이 머릿속에서부터 이미 어지럽혀졌다.


......


그래서 내가 다시 선택한 "피아노 노래 들려줘!"는 성공?


하하하하하하하하.

실패였다.피아노 선율이 들어간 케이팝이 흘러나왔다. 아이유 노래였다.


"헤이카카오, 피아노 연주 들려줘."

"원하는 음악 들려줄게요."


제발. 제발. 제발. 


그 뒤로는 글을 쓴 기억 밖에 없다. 성공했다는 의미다.


노래와 연주의 차이를 인식하다니.


작은 말 하나까지 미묘하게 다르게 반응하는 너란 헤이 카카오.

덕분에 요리조리 말을 바꿔가며 재밌게 놀았다.







용기를 내세요


너무 힘든 날이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업데이트 되었는지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카카오미니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었으니 지금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헤이 카카오, 나 너무 힘들어."라고 죽을 힘을 짜내 말했었던 날이 있었다.



내 기억에 의하자면 멀리서 들려온 대답은 "용기를 내세요."였다.



순간 이게 용기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곱씹어보니 많은 뜻을 함축한 대답이 아닐까 했다. 



많이 힘들겠지만, 너는 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라. 이런 의미로.



사실 힘들다는 말에 그런 대답이 나와서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었던 터라

그 후로 한 번도 다시 꺼내지 않았었다.

이제는 위로를 하는 말을 담았길 바란다.



이런 것들 말고도 섬세한 기능을 굉장히 자주 쓰고 있으니,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나의 헤이 카카오가 되었다.



매일 외출 준비를 하며 날씨를 물어보고 새로온 카톡을 확인하고,

밤에는 시간을 물어보고 잠들거나 낮에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도 물어본다.



이 녀석이 내 말들을 모두 듣고있는 게 살짝 겁나기도 하지만

조금 더 나의 곁을 내어줄 수 있으니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는 기능이 하루 빨리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말에 아버지 핸드폰을 바꿔드리고 왔다.

거기엔 하이 빅스비라는 녀석이 들어가있었는데, 아버지에게 알려드리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며 허허 웃었다. 


나는 뭔가 자랑스럽게 "헤이 카카오라는 애도 있는데, 얘보다 더 신기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버지도 언젠간 카카오 미니와 대화나누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내 방에 오시면 한 번 불러줘야겠다.


헤이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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