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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by 차시진 2018.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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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용기면 충분하다







최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바빴다.

내가 한 말도 기억 못 하고 살았으니, 가물가물 잊힌 것들이 더러 있었다.

작은 일들을 처리하랴 고향도 다녀오랴 몸이 축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그 사이에 디자인 일이며 글 쓰는 거며 게을리할 수 없는 나의 일들도 있었으니 브런치에 작가 신청서를 넣었던 일을 까맣게 잊은 날이었다.



불쌍해서 붙여준 거 아니야?

아침 기차를 타고 고향에서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짐을 풀기도 전에 할 일부터 후다닥 시작했다.

도중에 밥을 먹으며 시계를 봤더니 벌써 두시에 가까웠다. 이런, 세시 안으로 가볼 곳이 있었는데 지각을 예약해 버리다니. 이렇게 바빠 죽겠는데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연락 올 곳이 있어 문자나 전화인 줄 알았다.


"...?...?! 어?!"



 

혼자 있는 방안에서 왜?라고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히 탈락이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5일 안에 답을 준다던 브런치팀에서 무려 9일 만에 답이 왔으니, 그럴 만 하지 않은가.

사실 난 탈락하더라도 안내 메일이라도 받고 싶어서 문의도 넣어놨었다.


"혹시 제가 신청서 수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탈락한 건 알고 있으니 메일은 받고 싶습니다."


일주일째 되는 날 문의를 넣었으니, 그땐 이미 포기상태였다.


난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해본 적도 없었고 흔한 sns도 얼마 전에 사진 몇 개를 올린 게 전부였다.

한 마디로 오기와 깡으로 브런치에 나 부족한 거 알지만 도전할 거예요!라고 한 거였다.

첫 시도였으니, 신청서를 넣고 며칠간은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했었다.

이리도 참을성 없는 사람이었다니 나에게 조금 실망도 했더랬다. 나중엔 실망의 도착점이 안내 메일도 안 주다니... 라며 브런치에게로 조금 옮겨 갔었지만.


"나 불쌍해서 붙여준 건가?"


일주일 넘게 기다려서 미안해서 붙여준 건가 싶기도 했다. 아무렴어때, 진실은 모르겠지만 어쨌는 원하는 플랫폼에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서 기쁘다.




축하해

글을 쓰겠다고 선전포고 한 친구에게 바로 알렸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전화까지 걸어왔다. 너에게 정말 잘된 일이라며 "축하해!"라고 느낌표를 한 껏 붙여주었다. 브런치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친구였으니 그저 나의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해준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전화 너머로 전해진 느낌표, 덕분에 나도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나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지 반년을 겨우 채웠을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다. 이런 나에게 어떤 플랫폼이든 수익이 생기든 아니든 모든 것이 소중했다. 하물며 글쟁이들 사이에 꽤 핫한 브런치 작가 타이틀이라니.



시작을 두려워하지말자

돌아보면 어떤 것이든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남보다 낮은 것 같다. 그냥 보이면 바로 고를 외친다. 못 먹어도 고. 다만 나를 드러내는 일을 매우 두려워했기 때문에 익명을 보장하는 인터넷상의 활동은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나를 발가벗겨 세상에 드러내는 느낌이었다. 블로그나 sns도 비슷한 맥락이다. 페이스북도 친오빠가 메일 불러라, 비번 뭐 할 거냐 물어물어 강제로 오픈당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맙다. 그러니 글을 어딘가에 올린다는 지금의 일도 두려움반 설렘반이다. 차라리 아무도 안 봤으면 싶기도 하다. 이미 시작했으면서도 이렇게 두려워한다. 나는 아마 발행을 누를 때 신청서를 냈을 때처럼 눈을 질끈 감고 누를 게 뻔하다.


잠들기 직전 바닥에 누워 신청서를 쓰던 날이 떠오른다. 작은 시작이었다. 나름의 용기였고, 조금의 객기도 섞여있었다. 이제 막 출발하는 나에게 확신을 주면 좋았고 아니라면 다시 도전할 생각이었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렇게 나에게 조금의 확신을 얻었다. 나처럼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이든. 내가 용기를 내었듯, 용기를 내길 바라며. 우리는 이미 삶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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